
절연絕緣
RORO
김신록x조의신
조의신은 교실의 문을 열었다. 등교가 조금 일렀던 탓인지 교실은 아직 텅 비어 있었다. 창문을 가리던 커튼을 걷어 환기를 시키고 본인의 자리로 걸어가 털썩 앉았다. 열린 창 틈 사이로 시원한 바람이 불어와 조의신의 머리카락을 흩트렸다. 학교의 설비가 설비인 만큼 점점 더워져 가는 날씨에 맞춰 좋은 성능의 에어컨을 작동시킬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냥 자연 바람을 맞는 것도 나쁘지는 않다고 생각하며 조의신은 왼손으로 턱을 괴고 제 오른손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정확히는, 그의 오른손의 새끼 손가락에 칭칭 동여 매인 가느다란 붉은 실을. 세상에 생을 얻음과 동시에 이어진 연의 끈을. 가족을 모두 잃었음에도 제 목숨을 이곳에 붙들어준 미련의 끈을. 그렇게 한참이나 말없이 가만히 내려다 보았다.
정체되어 있던 사고는 자연스레 누군가를 떠올렸다. 이 세계로 넘어와 간신히 만난 사람이었다. 이전 세계에서 30년 가까이 찾지 못해 포기하고 있던 인연이었다.
드르륵-
“어. 의신아. 일찍 왔네. 안녕!”
“좋은 아침.”
상념에 잡혀 있으니 시간이 꽤 지났는지 아이들이 한 명씩 등교하기 시작했다. 가방을 정리하고 하나, 둘 모여 수다를 떠는 아이들을 보며 조의신은 다시 창문을 닫고 에어컨과 공기 정화 장치를 가동시켰다. 새어 드는 바람에 찰랑이던 머리칼이 오른손에 묶인 붉은 실처럼 차분히 늘어졌다. 팽팽하게 당겨져 있던 실은 이미 오래 전에 축 늘어져버렸다.
*
“조의신군. 잠시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요?”
부쩍 더워진 날씨에도 저녁 무렵에는 제법 선선했다. 꽉 막힌 머리를 비워낼 겸 산책로 한쪽의 벤치에 앉아 멍하니 하늘을 보던 중이었다. 일부러 죽이지 않은 발소리를 듣고 조의신은 상대가 누구인지 단번에 알아차렸다. 조의신은 제 앞에 선 남자의 습관처럼 남자의 오른손을 훑어보았다. 새하얀 손가락이 곧게 뻗어 있었다. 하얗다. 조의신의 새끼 손가락은 온통 붉은데.
“그럼요. 김신록 선생님.”
단 둘이 있을 때면 남몰래 사르르 풀리던 눈동자는 단단히 굳은 채였다. 듣는 이가 없을 때면 조금 더 따뜻해지던 목소리도 싸늘히 식어있다. 언제부터였을까?
조의신은 저 손가락이 저와 같이 붉었던 때를 기억한다.
*
“조의신!”
날카롭게 저를 부르는 목소리에 조의신은 와락 인상을 찌푸렸다. 아, 실수했다. 재빨리 몸을 뒤로 빼 보지만 이미 늦었다. 조의신은 가슴팍을 파고 드는 검붉은 이능파를 내려 보며 털썩, 자리에 주저 앉았다.
-깜박
점멸하는 형광등처럼 정신이 깜박이며 선명해지다 흐릿해지기를 반복했다. 정신이 돌아오는 주기가 점점 더 빨라지고 선명해졌을 때 조의신은 눈을 떴다.
“여긴....”
온통 까만 공간이었다. 지끈거리는 머리를 누르며 차분히 상황을 되짚어봤다. 이계 실습을 나갔고, 자신은 공격조로 이계에 들어왔다. 빠른 공략을 위해 팀을 나누며 황지호와 둘이서 따로 찢어져 에너미들을 처리하고 있었고...
“그리고 나서...”
조의신! 귓가에 황호가 다급히 외치던 목소리가 울렸다. 그와 동시에 천천히 재생되는 기억. 등급은 높지 않지만 많은 수의 에너미가 들끓고 있었다. 원거리형, 근거리형 골고루 섞여 있는 에너미 떼는 처리하는데 시간을 꽤 잡아먹었다. 이미 오래전에 이곳에 있는 에너미들을 처리하고 다음 구역으로 넘어갔어야 했다. 이렇게 뒤쳐지다 가는 다른 아이들만으로 보스를 공략하는 사태가 벌어진다.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자 점점 조바심이 나기 시작했고 다른 아이들을 걱정하는 찰나 틈이 생기고 말았다.
“아.”
이능파가 틀어박혔던 가슴팍을 내려다보았다. 다행히 외상은 없었다. 정신 계열 공격인가? 하지만 온통 새까만 어둠만이 끝도 없이 펼쳐져 있을 뿐 별다른 것도 없었다. 혹시나 육체를 잠재우고 악몽을 보여주는 계열일 수도 있다. 조의신 자신은 ‘꿈’을 꾸지 않은지 오래되었으니 악몽이 나오지 않고 이런 까만 공간이 튀어나온 게 아닐까?
“어떻게 나가야 하지?”
만약 저주나 정신 계열의 공격이라면 황호가 방법을 찾아 해제할 때까지 기다리는 것도 하나의 해결법이다. 하지만 조의신은 가만히 앉아 누가 구해주기를 기다리는 성격이 못 되었다. 자리에서 일어나 다시 한 번 주변을 둘러보았다. 안광 스킬까지 동원했지만 여전히 보이는 것은 없었다.
“-”
어디선가 소리가 들려왔다. 작고 희미해 내용은 알 수 없었지만 사람의 목소리였다. 조의신은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한 발, 한 발. 걸어갈 수록 소리는 조금씩 커져갔다. 잔뜩 잠기고 갈라진 목소리는 기억 속에 똑똑히 남아 있는 것이다. 불안감에 조금씩 빨라지는 심장 박동에 걸음도 절로 빨라진다.
“..망... ㄱ...”
“읏...”
가물거리는 목소리가 말하는 내용이 조금씩 선명해진다.
“도망... 어서..”
속이 울렁거린다. 목구멍 너머에서 올라오는 것을 간신히 눌러삼키며 이를 악물었다. 급하게 내딛는 발걸음에 주룩, 무언가 걸린다. 시선을 내려보니 이리저리 잔뜩 엉켜 바닥을 가득 메운 붉은 실타래였다. 사방에 가득 깔린 실타래 한 가운데 까만 무언가가 툭, 놓여있다. 크기나 형체가 성인 남성의 것이다.
바닥에 쓰러진 남자를 중심으로 퍼진 붉은 실이 마치 남자가 흘린 피처럼 보인다. 조의신은 진득한 핏물을 거슬러 남자의 곁으로 다가갔다.
“어서… 도망 가라…”
숨이 붙어 있는 것이 신기한 부상. 붉은 피에 절은 감독관 모자. 제 몸 하나 제대로 가누지 못하면서도 도망가라 휘젓는 다 망가진 손. 갈라지고 힘 없이 잠겨 가물거리는 목소리. 조의신은 처음으로 제 기억력을 원망했다.
“김신록… 선생님…”
조의신은 김신록의 흐릿한 눈동자를 보며 자리에 털썩 주저 앉았다. 바닥을 향해 떨어지는 손을 급하게 붙잡았다. 피에 젖어 미끌거리는 손가락 사이에는 축축히 젖은 실 한 가닥이 걸려있다. 꽉 묶여 풀리지 않는 조의신의 매듭과는 달리 조금만 잡아 당겨도 풀릴 듯 헐거워진 매듭이 보인다. 실을 잡아 매듭을 조여보려 하지만 야속하게도 실은 손에 잡히지 않는다.
“아.”
이윽고 매듭이 풀리며 피를 먹어 무거워진 실이 스르르 떨어져 내린다. 쿵, 심장이 내려 앉으며 생긴 아찔한 부유감에 눈을 감았다.
*
“헉.”
황명 타워 꼭대기에서 아무런 스킬도 없이 뛰어 내린다면 이런 느낌일까. 바닥을 향해 내동댕이 쳐지는 끔찍한 감각에 파드득 눈을 떴다. 깨끗한 천장. 천장을 밝히는 환한 햇살. 마지막으로 기억하는 붉고 어두웠던 공간과는 분위기가 영 딴판이었다.
“이제야 눈을 뜨는군, 조의신.”
잔뜩 못마땅한 기색을 담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돌리니 침대 옆에 의자를 두고 앉은 채 팔짱을 낀 황지호가 미간을 찌푸린 채 조의신을 노려보고 있었다. 옆으로 보이는 탁자에 간식 거리가 잔뜩 쌓여있는걸 보아 반 아이들도 다녀간 후인 듯 했다.
괜찮다는 말에도 기어이 이것저것 검사를 받게 한 뒤에야 저택에서 자고 간다는 조건하에 겨우 퇴원을 허락 받았다. 저택에 있을 누군가가 마음에 걸리기는 했지만 병원에 있는 것 보다는 훨씬 낫겠지.
“후…”
저택에 도착하자 마자 식탁 앞으로 끌려가 배가 터지도록 음식을 밀어 넣은 뒤에야 겨우 조의신의 몫으로 준비된 침대에 누울 수 있었다. 몇 시간 동안 잠들어 있었다고는 하지만 스킬로 인해 보게 된 끔찍한 장면이나 끝도 없이 이어진 검사 탓에 온 몸이 피로에 절어 축축 늘어졌다.
조의신을 공격한 것은 공격력도, 방어력도 높지 않아 처치 하기에는 쉬운 에너미라고 한다. 하지만 조금만 방심해도 플레이어의 정신에 침투해 기생하는 탓에 경험이 적은 초보 플레이어들은 꽤나 애를 먹는 놈들 중 하나라고 한다. 다행히도 정신 속에 침투 하더라도 플레이어의 몸을 멋대로 조종할 수도 없고 보여 주는 환각도 정신에 큰 데미지를 줄 정도로 심각하지 않은데다 기생 할 수 있는 시간이 길지 않다는 것이었다.
‘약한 수준의 환각’
황지호의 설명에 따르면 에너미가 보여주는 환각은 심각한 수준이 아니라고 했다. 그저 플레이어가 가장 후회하거나 두려워하는 과거를 조금 더 과장하는 정도 밖에 안 된다고. 그 말을 들은 조의신은 가족들을 전부 잃었던 그 순간 보다 김신록을 잃을 뻔 했던 그때가 더 큰 후회이자 두려움이 되어 있었다는 사실에 목이 턱 메였다.
똑똑-
한 없이 쳐지는 몸과 마음을 침대 위에 늘어 놓고 한숨만 쉬고 있자니 누군가 방문을 두드렸다. 곧바로 들려올 목소리를 기다리던 조의신은 오히려 아무 말 없이 침묵을 하는 행동에서 밖에 서 있는 이가 누구인지 알아채었다.
“김신록 선생님?”
“아, 네. 맞습니다, 조의신군. 들어가도 될까요?”
말 없이 방문을 열어준 조의신을 빤히 보던 김신록은 어색한 얼굴로 몸을 안으로 들였다. 조심스럽게 문을 닫는 김신록의 팔에는 김이 오르는 찻잔이 놓인 쟁반이 안겨있었다. 달콤하면서도 향긋한 냄새가 솔솔 올라왔다.
“황호님께서 주셨습니다. 은인께서 오늘 피곤하실 거라고 숙면에 도움이 되는 차입니다.”
콘솔 위에 올려놓는 차는 단 한 잔 뿐이었다. 조의신은 찻잔을 들어 입가의 쓴 웃음을 가렸다. 심부름, 오신거구나. 씁쓸한 입안과는 달리 차는 달달했다.
“몸은 괜찮습니까?”
“네. 괜찮아요.”
예의상 물어보는 안부와 상투적인 답변을 끝으로 두 사람 사이에는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그 날’ 이후로 서로 조금은 어색했지만 이렇게 불편하지는 않았는데. 아무래도 에너미가 보여줬던 환각의 영향이 생각보다 강한 모양이라며 조의신은 속으로 몰래 한숨을 삼켰다.
*
이계 실습이 끝난 뒤 교사들이 모여있는 단체 메시지 방이 소란스러웠다. 아직 경험이 적은 1학년들이니 난이도가 높지 않은 이계들을 골라 실습을 한다. 하지만 시뮬레이션이 아닌 실제 전투 상황이다 보니 크고 작은 부상을 입은 학생들이 심심찮게 나온 모양이었다. 대부분은 현장에서 간단한 처치로 끝이 났지만 상태가 좋지 않은지 병원으로 이송 중이라는 메시지가 올라왔다.
‘함근형 선생님 반에서 부상자가 나왔다고?’
담임 교사인 함근형을 비롯해서 진족인 용제건과 황호님까지 계신 1-0반에서? 뒤이어 도착한 용제건의 메시지에 김신록은 저도 모르게 걸음을 멈추고 한참 동안 디바이스 화면을 들여다 보았다.
[용제건 : 의신이가 정신계 공격에 당했어. 외상은 없지만 의식이 돌아오지 않아서 일단 병원으로 옮기는 중이야.]
하염없이 용제건의 메시지를 들여다 보던 김신록은 멀리서 자신을 부르는 아이들의 목소리에 숨을 턱, 뱉으며 고개를 떨구었다. 시야에 들어온 두 손이 덜덜 떨리고 있었다. 외상은 없다지만 정신계 공격은 물리적인 상처 보다 후유증이 심하기 마련이다. 당장이라도 병원으로 달려가고 싶은 다리를 애써 다독여 아이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지금만큼 자신이 0반 담임이 아니라는 사실이 원망스러웠던 적이 없었다.
제각기 뒷정리를 마치고 김신록을 기다리던 학생들에게 실습 결과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다친 아이들의 상처를 한 번 더 확인한 뒤 집으로 돌려보냈다. 함께 뒤풀이 겸 커피라도 마시러 가자는 제안을 이런저런 이유를 대며 거절한 뒤 급하게 병원으로 향했다.
“그럼 잠시 부탁하마.”
“네.”
병실의 문이 닫히고 안에는 조의신과 김신록, 단 둘만이 남았다. 침대 옆에 의자를 끌어와 엉거주춤 엉덩이를 붙여 앉았다. 둘만 있는 이 상황이 어쩐지 어색했다. 언제부터 서로 얼굴 보는게 어색해졌더라.
“흐으…”
차마 얼굴은 보지 못하고 이불 위에 놓인 가지런한 손만 보며 꼼지락거리고 있자니 옅게 신음 소리가 울렸다. 다급히 고개를 들어 상대의 안색을 살피니 희게 질린 채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 한쪽에 놓인 물수건을 들어 땀으로 범벅이 된 얼굴을 살살 닦아주었다.
‘이렇게나 어린데…’
얼굴을 닦아주며 자세히 들여다보니 그가 아직 고등학생이라는 점이 와 닿았다. 솜털이 보송보송한 뽀얗고 매끈한 뺨부터 한창 자라나는 중이라 덜 완성된 몸까지 어느 것 하나 어리지 않은 구석이 없었다. 하지만 이 작고 어린 몸으로 해쳐온 세상은 험난하기 그지 없었다. 지금도 눈꼬리로 눈물을 주르륵 흘리며 저를 괴롭히는 환각과 싸우고 있지 않은가.
“죄송합니다.”
그렇기에 김신록은 제 마음을 접었다. 자신의 목숨을 구해준 생명의 은인이자 호족의 은인. 작고 어린 몸으로 그 누구보다 치열하게 세상을 구하려는 이. 그 누구보다 이 세상을 사랑하는 이. 그리고 그 누구보다 사랑스럽고 어여쁜 아이.
반듯한 이마부터 맑게 빛나는 검은 눈동자, 굳건한 의지가 느껴지는 단단한 입매. 하나하나가 모여 단아한 이목구비를 이루는 아이를 처음 본 순간 김신록은 알 수 있었다. 아, 이이다. 이 사람이야 말로 그 긴 시간 기다려온 제 운명의 사람이다.
그렇기에 김신록은 제 마음을 끊어 내었다.
*
“손가락이 불편하십니까?”
“아, 아뇨. 괜찮아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머릿속은 새하얀데 환각 속의 피투성이가 된 모습은 선명하게 떠올라서, 손가락을 타고 흘러내리던 붉은 실의 궤적이 눈 앞에 어른거려서 무의식 중에 새끼 손가락을 감고 있는 실을 매만지고 있었나 보다. 혹시나 아픈 건가 걱정 하는 목소리에 조의신은 픽, 웃음이 났다.
저 사람은 모르겠지. 나와 당신 사이에서 ‘오른손 새끼손가락’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당신의 손을 볼 때 마다 내 마음이 얼마나 철렁이며 내려앉는지.
처음 고백한 것은 의외로 조의신이었다. 조의신은 자신이 있었다. 붉은 실이, 운명이 이어준 인연인데! 그리고 다른 이들이 없을 때 마다 보여준 눈동자에도 정이 가득 담겨 있었다. 세상에서 가장 예쁘고 아끼는 것을 보는 눈이었다. 아, 당신도 아는구나. 우리가 운명이라는 사실을 아는구나. 비록 실은 보이지 않아도 느낄 수 있구나.
하지만 김신록은 조의신의 바람과는 달리 곤란하다는 듯이 웃으며 자리를 피했다. 명확한 답은 없었지만 명백한 거절이었다. 그러나 조의신은 다음 날도 서로의 손가락을 이어주는 실을 보며 희망을 가졌다.
어느 날 갑자기 고운 새끼 손가락이 온전히 보인다는 사실을 깨닫기 전 까지는.
“제가 많이 불편하십니까?”
여전히 시선을 내린 채 바닥만 보는 작은 아이. 둘만 있는 공간이 불편한지 연신 손을 주물거리기 바빴다. 한 때는 붉은 실이 꽉 묶여 있던 길고 곧은 새끼 손가락은 허전하게 비어있었다.
제 목숨을 대신해서라도 지키라 한다면 기꺼이 내어 줄 수 있었다. 그만큼 소중하고 또 소중한 아이에게 김신록은 어울리지 않았다. 세상에서 가장 곱고 좋은 것들만 보여주고 안겨주고 싶었다. 김신록은 그럴 자신이 없었다. 그에게는 분명 자신보다 더 좋은 사람이 있을 터였다.
그렇게 마음을 단념하는 순간, 제 새끼 손가락을 감고 있던 붉은 실이 사르르 풀어져 바닥으로 떨어져 내렸다. 참으로 다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