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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ppy and, Ending

토파즈
황지호x조의신

이 글은 명급리 581화를 기준으로 쓰여진(날조된) 글입니다.

트리거 워딩(사망 등)이 언급되어 있습니다.

 

 

***

 

 

익숙한 갈증이 또다시 신체를 범람한다. 이마엔 식은땀이, 시야는 흐려지고 목이 타들어 간다. 이젠 두 다리조차도 뜻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대체 어쩌다 이 지경까지 왔나 하며 스스로 자조했지만 그런다고 상황이 나아지는 것은 아니었다. 이 상태는 위험하다. 누구보다 그가 가장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 조의신은 그토록 이뤄왔던 결정의 순간이 마침내 도래했음을 깨닫는다. 선택지는 두 가지뿐이다.

 

어서 빨리 갈증을 해소하거나, 인적 드문 곳에서 홀로 죽어가거나.

누군가를 죽이거나, 나의 목숨을 포기하거나.

 

태초부터 이 종족은 그래왔었다. 저주받은 그의 종족은 타인의 목숨에 기생하며 질긴 생명을 이어왔다. 그러나 이제 그토록 작을지언정 끊임없이 타오르던 불꽃조차 꺼질 순간이 온 것이다. 조의신은 마침내 힘없이 고개를 수그려, 온몸의 힘을 풀었다. 시체와도 진배없이 창백한 몸뚱아리가 기어코 바닥을 향해 무너지고, 서서히 그의 눈이 감긴다. 그리고는...

 

암전이다.

 

 

*

 

 

“누군가 함부로 천익산에 들어왔나 했더니.”

“...조의신군?”

“조금...다른 것 같다.”

“...”

“왕왕!”

 

그날은 정확히 조의신의 기일이 5번째 되는 날이었다. 은광고에 함께 다녔던 아이들은 매년 빼먹지 않고 항상 19송이를 채웠었다. 오늘도 마찬가지였다. 미리 아이들과 꽃을 준 황지호는 호족들을 따로 불러 헌화했다. 여전히 체형이 그대로인 황지호는 어딘가 공허해 보였다. 하지만 금세 마음을 가다듬은 듯 보였으나, 같은 종족의 시선까진 속일 수 없었는지, 황지호를 바라보는 적호는 오늘 또한 자정에 가까운 시간이 되도록 멍때리고 있겠다고 생각했다.

 

은호의 후예들은 지난 5년 동안 성숙해져 독립하기 시작했으나, 이날만큼은 황호의 저택에서 하룻밤 묵고 갔다. 그때는 충격이 정말 컸었지만, 그들의 곁에는 보듬어 줄 수 있는 보호자들이 있어 빠르게 추스를 수 있었다. 그 계기로 한낱 인간이었던 조의신과의 추억을 잊지 않고자 기일만큼은 다 같이 자는 것으로 암묵적인 가족 행사가 생겨난 것이었다.

 

그때였다.

 

올무가 누군가 온 듯 밖으로 나가자고 짖기 시작했다. 올무의 감은 절대 틀리지 않았기에, 올무가 하자는 대로 후예를 제외한 황지호, 적호, 은호, 백호, 제호가 함께 가보기로 했다.

 

올무의 이끌림으로 천익산의 중심에 있는 천단수 쪽으로 갔더니 조의신을 빼다 박은 인간이 아닌 무언가가 쓰러져 있었다. 그의 얕은 기운과 창백한 얼굴을 본 순간, 17년 전 죽기 직전의 조의신이 떠올라 황지호는 자신도 모르게 숨을 쉬고 있는지 확인했다. 그런데 한 가지 의문이 들었다.

 

“내 결계는 어떻게 뚫은 거지?”

“황호님... 혹시 제가 정말 이상하지만 만약에... 은인이,”

“...제호, 너도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나보군.”

 

결계의 방해를 받지 않았다는 건 이미 황지호가 들어오기를 허락한 것일 수도 있었다. 심지어 얼굴도 그리운 은인의 것과 똑같아서 충동적인 마음이 일었다.

쓰러진 자의 손목을 조심스레 잡았더니, 그자가 슬며시 눈을 뜨곤,

 

“...호..호랑..이...”

 

조용히 속삭이다 이내 다시 쓰러졌다. 빠르게 생각을 마친 은호는 자신이 내린 결론을 내뱉었다.

 

“일단 데려가죠.”

 

 

그렇게 쓰러진 자와 함께 저택으로 들어온 호족들은 고뇌에 빠졌다. 사실, 그자가 호랑이라고 뱉은 순간 일말의 희망이 생겼다. 혹시 그자가 조의신이 아닐까, 하고.

 

 

*

 

 

그 아이를 데려온 지 5일째였다. 하루는 조용히 흘러갔다. 이튿날부터 열이 펄펄 끓기 시작하더니 숨을 헐떡이며 ‘피’를 원하듯 속삭이고 있었다. 녹족의 수장을 미리 불러 확인해보니 이 세상엔 몇 없는, 남의 피로 기생해 살아가는 특이한 종족, 약칭 ‘뱀파이어’라 불리는 종족이라 피를 찾고 있었던 것 같다. 몇 개의 혈액 팩을 합법적인 루트로 구해다 입에 흘려주니 안색이 나아지고 있었다.

그날 뒤로는 더 이상 피를 찾지 않아 그대로 지나간 시간이 3일이었다.

 

쓰러진 뱀파이어가 있는 그 방에서 눈을 뜨길 기다리며 일거리를 처리하고 있었다. 그저, 저 뱀파이어가 정신을 차려 사실을 얘기해 주기를 바라고 있었기에 황지호는 복잡하고 심란한 마음에 무언가라도 붙잡고 있어야 마음이 한결 놓였기 때문이다. 황지호는, 기다렸다.

 

움직이는 기척이 날 때까지.

 

“으음...”

“...!”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황지호는 그대로 그의 앞으로 갔다. 그 뱀파이어는 황지호를 보고 잠시 기억에 혼란이 왔는지 눈이 흔들렸다.

 

“나를... 알아보겠나?”

“황, 지호?”

“조의신!”

 

황지호는 그대로 달려가 조의신을 포옹했다. 조의신은 뒤척이며 침대에 기대어 앉았다. 매말라서 더 이상 나오지 않을 것 같던 황지호의 눈에서 조금씩 눈물이 나왔다. 이토록 생소한 감정은 오랜만이라 황지호는 본인이 우는 줄도 모르고 꽉 안았다. 다시는, 다시는 절대 잃어버리지 않도록.

 

하지만,

 

꼬르륵-

 

“...”

“...아, 진짜.”

 

너무 부끄럽다...

조의신은 창피한 듯 손으로 얼굴을 감싸며 웅얼거렸다. 그 순간 갑작스러운 분위기 변화에 황지호는 웃음을 터뜨릴 수 밖에 없었다.

 

“하하하하! 일단 밥을 먹으러 가겠나?”

“...”

 

조의신은 그 말에 고민하다 고개를 끄덕이려 했지만, 무언가 떠올랐는지 황지호에게 질문했다.

“근데, 나는... 어떻게 여기에 있는 거야?”

“네가 천익산 천단수 옆에 쓰러져 있는 걸 올무가 알아챘다.”

“올무?”

“왕왕!”

 

그때 밖에서 올무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조의신은 얼른 황지호의 부축을 받아 문을 열었다. 문이 열리면서 바로 백호와 은호가 보였고, 아래를 보니 사랑스럽고 깜찍한 천사의 모습에 얼른 올무에게 팔을 벌려 올무를 안았다. 올무도 정말 반가운 모양인지 조의신의 냄새를 맡으며 얼굴을 핥았다. 은호에게는 잔소리를 들을 줄 알았는데 뒤에서 조용히 저를 따뜻한 눈으로 바라볼 뿐이었다. 그렇게 안겨서 곁에 있던 백호와 같이 내려갔다. 그새 적호를 시켜 음식을 차려놓은 모양인지 식탁에는 음식이 푸짐하게 올려져 있었다. 조의신은 순간 멈칫했으나 옆에 있는 혈액 팩을 보고 안도의 숨을 뱉었다. 그 모습을 놓치지 않고 바라본 황지호는 말했다.

 

“혹시 음식은 먹을 수 있나?”

“응.”

“다행이군. 얼른 이 자리에 앉도록.”

“...바로 물어볼 줄 알았는데.”

“그건 일단 밥을 먹고 대화하도록 하지. 우선 나는 이렇게 만난 것에 대해 기뻐하고 싶은데. 너는 안그런가?”

“나도, 나도 그래.”

“의신이 형.”

“...응. 왜?”

“정말 다행이에요... 살아있어서.”

“나도, 다시 볼 수 있어서 다행이야.”

“이제... 절대로 죽지 못하게...”

 

덜컹-

 

“조의신 군?!”

“왔구나, 제호야.”

“...선생님 안녕하세요.”

“정말... 조의신 군이 맞나요?”

“네, 맞아요.”

“정말, 다행입니다.”

 

살아있어서...

 

제호는 눈물을 참고 주위를 둘러보니 인사를 생략했단 것이 떠올라 급히 인사를 새로 했다. 정신없는 그의 모습에 한 차례 먼저 진정한 호족들이 짧게 웃음을 터트렸다.

“제호, 밥은 먹고 왔나?”

“...못 먹었습니다.”

“그럼 너도 이리 와서 같이 먹도록.”

 

제호는 뛰어오느라 흐트러진 머리를 손으로 대충 다듬으며 앉았다. 그 모습을 보고 조의신도 일단 자리에 앉아 혈액 팩을 마셨다. 그제야 배부른 모양인지 음식들을 천천히 음미하기 시작했다.

 

그 식기 소음 속, 정적을 깬 것은 조의신이었다.

 

“황지호.”

“왜 그러지? 입맛에 맞지 않나? 아님 피가 부족한가?”

“아니, 그것보단 물어볼 게 있는데.”

“뭐든 물어보도록. 최선을 다해 답해주겠다.”

“...다들, 잘 지냈어?”

“...”

 

조의신은 쓴웃음을 내보이며 말을 고르는 황지호를 바라보았다. 조의신은 제가 눈치없이 말했다고 생각했지만 다들 다 먹어서 후식 먹을 준비를 하고 있었고, 밥을 한 숟가락씩 뜰 때마다 저를 쳐다보는 게 부담스러워 시선을 분산시키기 위해 꺼낸 주제였다.

 

“당연히, 잘 못지냈었다.”

“...”

“인간의 죽음은 우리에겐 낯설고도 익숙하지만, 네가 아끼던 인간들은... 너를 여전히 기억하며 살아가고 있다는 것만 알아둬라. 지금은 다들 이겨내서 잘 지내고 있는 것 같더군.”

“다행, 이네.”

“그렇다고도 할 수 있지. 지금은 네가 멀쩡히 돌아왔는데.”

“의신이 형, 혹시 그 모습은 어떻게 된 건지 지금, 얘기해 줄 수 있나요?”

“...그래. 알려줄게.”

 

조의신은 잔잔한 목소리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

 

 

조의신은 흑막을 확실히 없애기 위해 궁극기를 사용해야 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조의신은 빠져나올 수 없었고, 광림마저 다 쓴 상태였다. 어쩔 수 없이 흑막과 함께 자멸함과 동시에 초상우주에게로 끌려가 이 세계를 구해준 보상을 받았다. 돌아가면 알 수 있을 것이라고 해서 돌아갔더니 장소가 숲 속으로 바뀌어 있었다. 하지만 다친 상처는 그대로여서 쓰러진 상태로 앓고만 있었다. 그 주위에는 작은 오두막이 한 채 있었는데, 그곳에는 뱀파이어가 살았다. 그 뱀파이어가 자신도 뱀파이어로 만들어 주어서 겨우 살아갈 수 있었다. 뱀파이어는 회복력이 빨라 다쳐도 금방 아물었고 하루세끼 밥을 챙겨먹지 않는 대신 약 500ml 양의 피를 마시면 하루를 버틸 수 있었다. 뱀파이어가 되고 난 뒤, 친구들에게로 돌아가기 위해 디바이스를 찾아보았으나 이미 부서져 있었다. 불행히 인벤토리에도 디바이스는 없었다. 위치를 알기 위해 그 뱀파이어에게 물어봤고, 어디쯤인지 알게 되어 조의신은 나갈 채비를 하는데 그 뱀파이어가 막더니 자신과 살면 안되겠냐고 물었다.

 

“...죄송해요. 돌아가야 할 것 같아요.”

“...그렇구나. 이렇게 된 이상, 너를 가둬놔야겠다.”

“네?”

“너는 참 재밌고 똑똑하고 예의까지 바른 아이야. 이런 아이는 흔치 않지. 나랑 같이 오래오래 살아보는 건 어때?”

“전, 인간인데요.”

“하지만 내가 반 죽어있는 인간을 살려서 뱀파이어로 만들어 줬잖아? 그렇게 되면 나는 너의 생명의 은인이 아니겠어? 은인의 소원도 들어주지 않는 아이였니?”

 

반반한 얼굴로 조목조목 따지는 그의 모습에 은호가 떠올라 추억에 잠길 뻔 했지만, 이미 그쪽에서는 장례식을 치루고 있을 것이다. 하루 빨리 가려고 했지만 그 뱀파이어도 은호마냥 손재주가 좋아 오두막에서 궁전과 비슷한 감옥을 만들어 자신을 가두었다. 그래서 티나지 않게 빠져 나오는데 5년이 걸리게 된 것이다. 인벤토리에는 여벌의 옷이 남아있어 이동하기에는 불편함이 없었지만, 지리를 확인하고 천익산까지 오는데 5일이 더 걸리게 된 것이었다. 사람의 피를 먹을 순 없으니 악으로 굶주림을 버티며 물도 먹지 못하고 5일을 견뎌낸 것이다.

 

그의 이야기를 찬찬히 풀어가는데, 초인종 소리가 울렸다.

 

“의신아, 데리러 왔어.”

 

그 뱀파이어의 목소리였다.

 

 

 

 

 

이후의 내용은 포스타입으로 이어질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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