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너의 피를 탐하다
리인
용제건x김신록
익숙한 갈증이 또, 다시 신체를 범람했다. 이마엔 식은땀이, 시야는 흐려지고 목이 타들어 갔다. 이젠 두 다리조차도 뜻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대체 어쩌다 이 지경까지 왔나 하며 스스로 자조했지만, 그런다고 상황이 나아지는 것은 아니었다.
‘이 상태는 위험하다.’
누구보다 그가 가장 잘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김신록은 그토록 미뤄왔던 결정의 순간이 마침내 도래했음을 깨달았다.
‘선택지는 두 가지뿐이다.’
어서 빨리 갈증을 해소하거나, 인적 드문 곳에서 홀로 죽어가거나. 누군가를 죽이거나, 나의 목숨을 포기하거나.
태초부터 그래 왔었다. 저주받은 그의 종족은 타인의 목숨에 기생하며 질긴 생명을 이어왔다. 그러나 이제 그토록 작을지언정 끊임없이 타오르던 불꽃조차 꺼질 순간이 온 것이다.
김신록은 마침내 힘없이 고개를 수그리고는, 온몸의 힘을 풀었다. 시체와도 진배없이 창백한 몸뚱어리가 기어코 바닥을 향해 무너지고, 서서히 그의 눈이 감겼다. 그리고는…. 암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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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파이어. 진족 중에서 돌연변이로 나타나는 종족이었다. 다른 진족과는 다르게 피가 없어서는 생활하지 못했고, 햇빛에도 약했다. 그러나 피만 주어진다면, 이계 공략에서나 다른 진족보다 훨씬 강한 힘을 발휘했다. 그러나 진족은 자신들과는 다른 뱀파이어들을 꺼렸다.
김신록은 자신의 삶이 고달팠던 이유를 뱀파이어라는 것과 함께 웅족의 피가 흐르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어렸을 적 그는 처음으로 타인의 피를 맛보았고, 그 피는 달았고, 맛있는 냄새가 났다. 그때 자신이 뱀파이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타인의 피를 먹는 것을 본 호족들은 경멸의 눈빛으로 그를 쳐다보았고, 자신에게서 더 멀어졌다. 유일하게 자신에게 피를 먹였던 아이는 지금까지 자신의 곁을 맴돌며 자신의 유일한 친구라고 소개해왔다.
“신록아, 뭐해?”
“꺼져.”
“왜? 오늘 상태가 안 좋아? 피 마실래?”
“아니.”
김신록은 처음 피를 마신 후 받았던 경멸의 눈동자를 잊지 못했다. 지금은 조의신의 도움으로 자신의 아버지와도, 다른 호족들과도 어느 정도 대화가 가능해졌다. 하지만, 다시는 피를 마시지 않았다. 처음 마셨던 피가 여의보주인 용제건의 피여서 그런지 아직 피에 대한 갈증을 느끼지 못했다.
“처음으로 마신 후, 한 번도 안 마셨잖아.”
“...”
호족을 제외하고 자신이 뱀파이어라는 것을 아는 유일한 진족이었지만, 일주일에 한 번씩 피를 마시지 않겠냐고 물어오는 용제건이 귀찮았다. 그가 그렇게 말할 때마다 주변을 둘러보며 다른 사람에게 들키지 않았는지 확인하게 되었다. 마침 저들에 대해 자세히 아는 것 같은 조의신도 김신록의 정체가 뱀파이어라는 것은 모르는 것 같았다. 아니, 이 세계에 진족이라는 존재 중 뱀파이어라는 종족이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것 같았다.
‘다행이다. 조의신이 알았다면 정말 더욱 심한 경멸의 눈빛을 받았을 거야.’
용제건이 시시각각 바뀌는 김신록의 표정을 황홀하게 바라보고 있다는 것도 알지 못한 채 김신록은 생각에 빠져 있었다. 처음 조의신 덕분에 살아남은 그날도 김신록은 학생들의 피를 마셔서 그 리노세론을 이길 수 있었다. 웅족의 후예이기에 공격할 수 없었던 것도, 피를 마시면 뱀파이어라는 다른 종족의 특징이 나오는지 죽이는 것까지 가능했다. 하지만, 지금껏 봐왔던 다른 학생들의 얼굴들이 떠올랐다. 그들을 다치게 할 수는 없었다. 비록 자신도 죽고, 그들도 리노세론에게 당해 죽임을 당한다고 해도, 자신의 정체를 들킬 수도, 학생들을 자신의 손으로 공격할 수도 없었다.
어떠한 반격도 하지 못한 채 죽어가고 있을 때, 그들을 구원한 것은 한 명의 소년이었다. 칠흑 같은 머리카락을 가진 초신성, 그들을 구원하고, 은호의 후예를 구해주었으며, 적호와 자신을 다시 이어준 그는 모든 것을 알고 있는 듯이 보였다. 그가 돌아온 후로 다시 깨어난 은호 역시도 그를 좋아하고 아꼈다. 김신록은 호족들의 앞으로 자신을 이끌어준, 자신이 호족을 위해, 그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만들어준 조의신에게 큰 호감을 느끼고 있었다. 그뿐만이 아니라, 호족의 수장인 황호도, 은호도, 자신의 아버지인 적호도, 스승인 백호 또한 그를 아끼고 걱정했으며, 토족의 수장과 신수도 그를 좋아하는 것을 보았다.
김신록은 그의 모든 것이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그럴수록 갈증이 심해졌다. 처음에는 알아차리지 못했지만, 조의신과 대화를 하다가 자연스럽게 그의 목덜미로 눈길이 가며 목이 타는 듯한 갈증이 느껴졌다. 김신록은 그러한 일이 계속되자, 미뤄두었던 뱀파이어의 특성에 대한 조사를 시작하였다. 그 결과, 뱀파이어라는 종족의 특성상 그 뱀파이어가 호감을 느끼고, 감정적으로 긍정적인 상대에게 더한 갈증을 느낀다는 점을 알아냈다. 김신록은 그 사실을 알자, 그를 제대로 볼 수 없었다. 그래서 그를 피했다. 다른 사람들은 눈치채지 못하도록, 그는 철저하게 그 모든 것을 숨겼다. 그러나, 언제나 눈치가 빠른 용제건에게만은 숨기는 것이 불가능했다. 그는 김신록의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듯이, 그에게 다가와 물었다.
“신록아, 요즘 왜 의신이를 피하는 거야?”
“...몰라도 돼.”
“왜? 아무도 눈치 못 채는 것 보면, 작정하고 피하는 것 같던데. 음, 뱀파이어라는 것 때문이야? 의신이는 네가 뱀파이어인 거 모르는 것 같던데.”
“그거랑 상관없어. 본인의 일을 하러 가시죠. 용제건 선생님.”
김신록은 다시 한번 용제건에게 벽을 세웠다. 시간이 지날수록 갈증은 심해졌고, 거기에 더해 배고픔이 지속되었다. 무엇을 먹어도 배고픔과 갈증이 사라지지 않았다.
‘오늘은 목요일이고, 주말에는 아무 일정도 없으니까. 집에서 푹 쉬고 계속 먹으면 이 배고픔도 갈증도 사라지겠지.’
그렇게 생각한 김신록은 남은 이틀을 무사히 보냈다. 용제건이 끈질기게 붙어와 피를 마시지 않겠냐고 유혹했지만, 김신록은 넘어가지 않았다.
주말을 맞이한 아침, 김신록은 자신의 계획을 이룰 수 없었다. 처음 피를 탐했을 적처럼 익숙한 갈증이 신체를 범람했고, 온몸에 식은땀이 흐르고 기력이 없어 침대에서 나오자마자 주저앉았다. 김신록은 자신의 상태가 생각했던 것보다 위태롭다는 것을 파악했지만, 이것을 그 누구에게도 들키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김신록은 갈증을 해결하거나, 죽음을 맞이하는 두 가지 선택지 중 후자를 골랐다.
리플레이를 마치고 자신을 바라보며 안심하던 아버지와 친우가 생각났지만, 이내 암전이 찾아오고 김신록은 모든 생각을 마친 채 죽음을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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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안에 살덩이가 비집고 들어오더니 이내 마른 입안에 단맛이 퍼져갔다. 김신록은 자신이 무엇을 물고, 무엇을 먹고 있는지 자각하지 못한 채로 눈을 감고 그 단맛이 나는 살덩이를 송곳니로 깨물고, 빨았다. 액체는 갈증을 지웠고, 배고픔 또한 지웠다. 기력이 없어 암전을 맞이한 몸에 다시 기력이 차오르고 이내 눈이 뜨였다. 눈을 뜨자마자 보이는 것은 입술에 붉은색 무언가를 묻힌 채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옥빛의 용이었다.
“신록아, 일어났어? 이렇게 심각할 거였으면 미리미리 나한테 말해야지.”
“용, 제건?”
“그래, 제호야. 나 정말 화났어. 어떻게 죽겠다고 생각하는 건지. 의신이가 열심히 널 살렸잖아. 그리고 또다시 나와 적호씨한테서 널 빼앗아갈 생각이야?”
용제건은 그 특유의 황홀한 미소를 짓고 있었지만, 김신록을 감싸고 있는 용제건의 이능파는 마치 잔뜩 벼린 칼날처럼 날카로웠다. 김신록은 자신의 눈앞에 있는 용제건을 쳐다보다가 정신을 차리고 아직도 자신의 갈증을 채워주고 있는 살덩이를 뱉었다.
“그렇게 뱉어내면 마음이 아파, 신록아. 이제 배는 다 찼어? 내가 조금만 늦었어도 죽을 뻔했어.”
“죽게 놔두지. 이렇게 폐를 끼칠 바에야, 죽는 게 더 나아.”
“안돼.”
김신록은 용제건의 그 단호함에 말을 잃었다. 점차 몸에 감각이 돌아오고 이성이 돌아오자, 어떻게 자신이 죽을뻔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는지 의문이 들었다. 이 죽음은 그저 뱀파이어의 피에 새겨진 저주 같은 것이었기에, 뱀파이어가 아닌 용제건은 알 수 없는 사실이었다.
“어떻게 내가 죽을 뻔했다는 걸 알았어?”
“나는 제호에 대한 건 다 알고 있는걸.”
용제건이 특유의 황홀한 미소를 지은 채 아직 피범벅인 김신록의 입가를 닦아주었다. 김신록은 그제야 자신의 입가와 용제건의 입가에 묻은 피를 자각했다. 김신록은 서둘러 주변에 있던 휴지를 가져와 용제건에게 건넸다. 자신의 입가에 묻었던 피는 용제건의 손에 의해 닦였지만, 아직 용제건은 피를 묻힌 채였다.
“닦아.”
“응”
용제건은 휴지를 건네받고는 아직 피가 나고 있는 자신의 손가락과 피 묻은 입가를 닦았다.
“몸은 괜찮아? 나 피 꽤 많이 먹지 않았어?”
“응? 나는 괜찮아. 제호야. 나 걱정해 주는 거야?”
김신록은 붉어진 얼굴로 고개를 숙였다. 용제건의 미소가 한껏 짙어졌다.
“제호야, 오래 있고는 싶은데 혹시 걱정돼서 온 거라 이만 가봐야겠다.”
“응.”
용제건은 자신과 눈을 마주치지 않고 대답하는 김신록을 바라보다가 그의 턱을 붙잡고 키스했다. 오가는 혀 사이로, 신음이 섞였고, 용제건은 슬슬 김신록이 한계라고 느낄 때쯤에 자신의 입안으로 들어온 김신록의 혀를 살짝 깨물어 피가 나도록 했다. 그리고는 그 피를 핥아 마셨다. 적은 피였지만, 역시 달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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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제건은 뱀파이어였다. 오직 용제건과 용왕만이 아는 비밀이었다. 어릴 적 용제건 자신은 알려져도 상관이 없다고 생각했었다. 자신의 오랜 친우인 김신록 또한, 같은 비밀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 황홀했다. 그리고, 그 사실이 호족에게 알려졌을 때, 김신록이 겪어야 했던 그 경험을 같이 느낀 순간 용제건은 자기 생각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았다. 호족들의 시선에 의해 김신록이 오랜 시간 힘들어하고, 눈치를 보며, 절망하는 것을 보자, 김신록에게만은 이 사실을 숨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자신 또한 뱀파이어라고 하면, 의지하는 것이 아니라 도망칠 것이라는 걸 알았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용제건은 김신록이 슬슬 갈증에 힘들어할 때쯤에 항상 그에게 물어왔다. 피를 마시겠냐고.
용제건은 지금도 꾸준히 피를 마시면서 갈증을 해소하고 있었다. 김신록에게 피를 빨린 그 순간부터 오랜 시간 피를 끊어보기도 하였지만, 그럴수록 위험해진다는 것을 깨달은 용제건은 자신이 섭취할 피를 꾸준히 확보하면서도 김신록을 관리했다. 김신록이 자는 사이 몰래 그를 찾아가 입안에 피를 주기도 하였다.
리플레이를 경험하고서는 더욱 열심히 관리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오늘 기력 없이 창백한 얼굴로 바닥에 쓰러진 김신록을 보자, 리플레이 때 보았던 빈 관이 떠올랐다. 용제건은 서둘러 자신의 손가락을 물어뜯어 김신록의 입에 물렸다.
김신록이 정신이 들자마자 ‘죽게 내버려 두지.’라고 말하자, 순간 미소를 잃고 정색할 뻔했다. 자신은 ‘김신록이 없다면, 다시 살리기 위해 제 목숨까지 버릴 텐데.’ 그 생각이 가득했다.
용왕은 김신록에게 피를 주는 용제건에게 그의 정체를 밝히지 않겠느냐 물었지만, 용제건은 밝힐 생각이 없었다. 자신이 뱀파이어라는 것을 의심할 수도 없도록 할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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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신록은 용제건이 뱀파이어라고 의심해 온 적이 없었다. 그가 뱀파이어의 특징에 대해 잘 알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그가 이미 자세히 분석하고 알아보았기 때문에, 김신록은 의심하지 않았다.
그러나, 김신록이 한계를 맞은 그 날, 그게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용제건이 자신의 목이나, 손가락 같은 건 가끔 깨물었기에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했지만, 혀를 섞어 키스하면서 피를 빠는 그의 모습은 마치 피를 빠는 것이 익숙해 보였다. 의도치 않게 그의 비밀을 알게 된 것인지, 아니면 아무 의미 없이 자신에게 자극을 주기 위해 한 것인지 알 수 없었다.
김신록은 호기심을 감추고자 하였으나, 완전히 감출 생각은 없었다. 김신록은 어렸을 적 만났을 그 날부터, 용제건의 행동을 다시 돌아보았다.
자신이 갈증을 느끼고, 한계를 느낄 때쯤에 나타나서는 피를 마시겠냐고 물어보는 용제건, 처음 자신이 뱀파이어라는 것을 깨달았을 때 자연스럽게 그것을 파악하고 목을 내주었던 용제건, 쓰러진 자신에게 망설임 없이 피를 먹인 용제건. 의심스러운 점이 많았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그가 뱀파이어라는 것을 확정할 수는 없었다.
김신록은 생각을 하다가, 만약 용제건이 진짜 뱀파이어라면이라는 가정을 해보았다. 자신은 같은 뱀파이어와 친구로 지낼 수 있을까. 대답은 ‘모르겠다.’였다. 용제건이 뱀파이어라고 할지라도 자신은 그와 멀어지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뱀파이어 지인을 원하지 않았다. 뱀파이어라는 종족과 친해지고 싶지 않았다. 친해진다면, 자신이 여태껏 피하고 무시해온 모든 노력이 허무하게 무너질 것 같았다. 그렇기에 김신록은 용제건이 말해줄 때까지 이 모든 생각을 한쪽 구석에 처박아놓기로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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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시간이 흘러 어느덧 크리스마스가 코앞이었다. 김신록은 용제건과의 약속 때문에 학교를 나섰다. 그리고 골목 사이로 꺾어져 들어가는 순간 보인 것은 시안색 머리카락이 자신의 본모습처럼 붉게 물든 채 벽에 기대어 쓰러져 있는 용제건이었다. 그의 입에는 붉은색 무언가가 묻어있었고, 용제건은 김신록을 보자마자, 어서 오라는 듯이, 그리고 자신을 받아주라는 듯이 손을 벌렸다. 김신록은 용제건의 머리를 붉게 물들인 것도, 입가에 묻은 것도 모두 피라는 것을 냄새로 알아차렸다. 신기하게도 입맛이 다져진다거나, 배가 고프다거나, 갈증이 일지 않았다. 용제건은 김신록의 의문을 알아차렸다는 듯 대답했다.
“신록이는 내 피밖에 못 먹어. 다른 뱀파이어랑 달라.”
“그게, 무슨 말이야.”
“너는 진족의 피만 마실 수 있는 것 같더라. 혹시 몰라서 네가 자는 동안 일반인의 피도 먹여봤는데 먹이자마자 토하더라고.”
“언제.”
“언제든 네가 위태로울 때면, 항상.”
김신록은 말이 없이 그를 바라보았다.
“이제 나는 네 친구가 될 수 없어? 연인도? 이제 나는 너랑 만날 수도 없는 건가? 겨우 적호씨가 받아줬는데.”
용제건은 아쉽다는 표정으로, 아쉽다는 어투로 중얼거렸다. 김신록은 모든 말을 듣고 있음에도 대답할 수 없었다. 결정의 시간이었다.
“나는.”
길고도 짧은 고뇌의 시간이 끝났다. 김신록이 암전을 맞이한 그 날부터 자리를 차지하던 고민의 답이 결정되었다.
“나는…. 사랑해, 아직은.”
용제건은 그 말을 듣자마자 황홀하게 웃으며, 기대던 몸을 순식간에 일으켜 김신록에게 깊은 입맞춤을 선사했다. 용제건의 입가에 묻어있던 피가 조금씩 김신록의 입안으로 들어왔지만, 그것보다 더욱 달콤한 입맞춤과 함께 혀를 녹일 것 같은 피 맛이 느껴졌다. 김신록은 용제건의 붉게 물든 머리카락을 보다 중얼거렸다.
“역시 시안 색이 잘 어울려.”
그 소리를 들은 용제건의 입맞춤이 더욱 깊어져 갔다.